오늘 아침에 택배 아저씨가 오신다는 전화를 받고 잠깐 멍해졌었다.

'내가 뭘 주문했지?'

곰곰 생각해봐도 도저히 생각이 안나서 동생에게 뭐 보낸거 있냐고 전화까지 했다.

아무것도 보낸거 없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아, 오늘 민재네 택배오는 날이구나!'

퍼득 생각이 났다.

 

설레며 열어본 상자 속엔 홍동의 햇살과 바람이 싹을 틔우고

민재네 가족과 이웃들의 땀이 스며들어 잘 여문 과일과 채소들이 들어있었다.

신랑이랑 이것저것 꺼내보면서 많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고구마 줄기 벗기면서 낑낑거리는 신랑을 보면서

"난 어릴때 한소쿠리씩 깠거든~ 엄살이 심하네."  핀잔도 하고

삼복 더위에 엄마 밭일 거들기 싫어서 투덜대던 기억도 떠올랐다.

현숙이가 벌써 아기 엄마가 되었냐며 신기해하는 신랑에게

"어이구, 자기 늙는건 모르구... "  눈도 살짝 흘겨주면서...

 

옥수수는 받자마자 푹쪄서 사물놀이 캠프에 가있는 아들에게 보내고(양이 모자라서 다른 거랑 섞어서 쪘지요)

고구마 줄기는 삶아서 물기 쪽 빼서, 파 마늘 넣고 달달 볶다가 들깨가루 넣고 마무리했더니

아~ 정말 환상적인 맛!!! 

 

내일은 고춧잎 데쳐서 고추장 넣고 조물조물 무쳐 먹어야겠다.

저녁 먹고 나서는 토마토 한 입 크게 베어 물어야지......

건강한 자연과 정직한 노동이 키운 열매들로, 달고 맛있는 저녁상을 차릴 수 있었다.

 

고마워요, 민재네~   들쑥날쑥한 일기로 농작물들이 피해입지 않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