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 고개 중턱
아카시가 넘어졌다.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지만 뿌리째 뽑힐 정도는 아니었을텐데.
넘어져도 밭으로 넘어졌으니, 밭 임자가 잘라버려 생명을 다 할 것이다.
또 모르지.
잘린 그루터기에서 다시 줄기가 나올지도.
나도 이곳 개월마을에서 저렇게 쓰러지지 않고
뿌리째 뽑히지 않고
튼튼히 뿌리 박고 살 수 있을까?
진안(전라)으로 60 넘어 귀촌한 부부 이야기가 오늘 한겨레에 났더군요.
남편 되시는 분은 4년 만에 이장도 되시고, 17가구인 마을에 10가구가 귀촌.
대체로 민박을 하고, 펜션도 둘 있다는 이 마을 이장님은
그래도 준비없는 귀촌은 말리고 싶다시네요.
한 3년은 살아보고 나서 결정하라고 하고 싶다고요.
그분들은 귀농 아닌 귀촌인데도 마을 분들 정서를 어려워하시네요.
거기 비하면 민재네는 정서 문제는 해결된 것 같은데, 그래도 어렵죠?
문득, 민재네도 민박을 겸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동력만 갖고 오면 재워준다던 방, 아는 분들에 한해서,
자기들이 취사를 하게 하는 민박용으로 해서 아무래도 도시의
'윤활유'가 마을에 유입되게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이 들었어요.
하면 개월마을에 뿌리박는데 도움 되지 않을까...싶어서요.
아, 이렇게 저희보다 더 열심히 걱정해주시고 있었군요.
정말 가슴 뭉클하게 고맙습니다.
아무래도 민재아빠보다는 제가 현실적인데, 저도 처음에 시골내려가자고 했을 때 고정적인 수입이 되는 일거리를 찾은 다음에 내려오자고 그랬더랬죠. 그런데, 이 사람 말은 서울에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내려와서 찾는 게 더 빠르고 나을 거라고....
그 말은 맞긴 해요. 내려와서 어울리면서 자기에게 맞는 일거리를 찾는 게 더 쉽죠. 그렇지만 그러기까지는 비축해둔 현금이 있어야 하지요.
지금은 저희 같은 소농이 농사로 먹고 살긴 힘들고, CSA로 생기는 약간의 월수입과 제가 서울에서 일을 받아 하면서 생기는 수입으로 현금이 돌고 있어요. 시골 일은 그냥 내버려두면 한도끝도없어지니까 짬짬이 제가 도울 수 있는 일도 해야 하고 아이도 데리고 있어야 하니 몸은 고되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지요. 그래도 언제까지 시골 내려와서 서울 일만 하고 있을 수도 없고, 또 계속 일을 받아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해서 점차 저도 이곳에서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철없는 남편은 혼자 농사짓는 게 힘들고 재미없으니, 빨리 둘째를 맡기고 마누라도 달려들어 뒤치닥거리도 해주고 재미있게 농사짓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그러다간 재미는커녕 싸움만 커질 수도 있다는... 흐흐
그래서 저는 저대로 이러저러하게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만... 나영이도 맡겨야 하고, 현재로서는 시간을 벌고 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면서 정착할 수 있겠지요. 저도 남편도 아이들도 잘 정착하여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5년 이상 몇몇 집이 부석면에 귀농한 댁에서 공동으로 1주일에 한 번씩
물품을 받아 나눕니다.
그 댁은 아마 귀농한 세월이 꽤 되시는 듯해요.
봄부터 비듬, 머위잎, 머위줄기, 고춧잎, 상추 등등 야채를 보내시다가
복숭아를 여러 종류 하셔서 올려보내시고
가을엔 사과가 잘 되는 곳이라 그런지 아오리부터 부사에 이르기까지 사과를 여러 종류,
그리고 고추농사를 많이 하시는지
맵지않은 고추를 여름엔 찍어먹기용으로, 가을엔 빨간고추로-갈아서 김치담그는데 용도-
그리고 초겨울엔 말려서 빻아서 김장용 고추가루로 보내십니다.
그 댁 남자선생님께서 귀농생활 몇 년만에
시골 내려올 생각을 했다면 진작 교사자격증을 따서 내려올걸...하는 이야길 하셨답니다.
요즘은 여자선생님께서 동네 학교의 방과후 교사 일을 보시면서
매월 일정한 월급을 받으신다고 해요.
귀농후 안팎 식구가 모두 농사에 매달려도 사실 아이들 교육비며 화폐가 필요한 생활을
감당하기 힘든 것이 우리 현실인 것 같습니다.
민재엄마가 어느정도 육아에서 해방되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출판일을 한다든가
또는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놀이방 선생님이나 방과후 선생님 일 같은 일정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월마을에서 부디 오래 뿌리내리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나의 생각해봄직한 대안을
떠올려봤어요...